발렌타인데이 잘 보내셨나요? 어휴 저는 날짜도 잊고 살아서 오늘이 발렌타인데이란걸 어제 알았어요. 어린이딸 아젠다에 빨강, 핑크, 흰색 옷을 입으라고 적혀있더라구요. 캐나다 초등학교는 특별한 날 이면 드레스코드가 있어서 거기에 맞춰입고가요. 물론 입지 않아도 별상관은 없어요. 무슨 날인지 물어보니 발렌타인데이라 입는거라구 얘기해줘서 그제서야 안거예요. 그래서 빨간색 옷 입고가라고 얘기했죠.
어이구, 여기서 끝이 아니라 오늘 학교 다녀온 아이가 초콜렛 많이 받았다고 자랑하는거예요. 헉! 맞다! 뭐라도 준비했어야했는데.. 몇년째 학교 다니면서 이걸 까먹다니.. 애한테 너는 준비 안 해갔는데 괜찮냐고 물으니 준비하고싶은 사람만하는거라고, 반 친구들 중 반 정도만했다고 하는거예요. 하.. 그래도 그게 아니지..
저학년때는 선생님이 아이들이 카드를 쓸수있게 이름 리스트를 나눠줘서 잊지않고 준비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컸다고 애들한테 공지만 하고 끝내셨네요.
아이들이 발렌타인데이 선물 준비할때는 한가지 룰이 있어요. 몇 사람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라 반 전체 아이들에게 주어야 한다는 룰! 캐나다 학교에서는 누군가를 소외시키는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생일파티 초대장도 애들이 나눠주는게 아니라 초대장을 선생님께 주면 선생님이 다른 친구들 몰래 아젠다 사이에 끼워서 보내주신답니다. 선생님 말씀이 아이들 마음이 다치지 않길 바란다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이제 고학년이 되어서 그런지 애들끼리 몰래 주고 받더라구요. ;-)
주고받는 선물은 거창하지 않아요. 그냥 초콜릿 하나, 또는 막대사탕 하나 정도만 하는 아이부터 여기에 조그마한 카드를 더 붙이는 아이, 아니면 심플하게 카드만..
그럼 어린이딸이 받은 발렌타인데이 선물을 볼까요? 발렌타인데이날 자기 책상 옆에 예쁘게 꾸민 서류봉투를 붙여 놓으면 친구들이 초콜렛이랑 카드를 쏙쏙 넣어줘요. 카드도 진짜 봉투에 들어간 정식 카드도 있고, 하나씩 뜯어서 쓰는 미니카드도 있어요. 재미있는 건 카드에 별다른 내용은 없고 이름만 쓰여있어요. 큰 카드도 마찬가지구요. 한마디 덧붙이자면 한국에서는 선물에 조금 더 정성을 보이기 위해 카드를 덧불이는 정도라면 캐나다는 카드 자체만으로도 좋은 선물이랍니다. 그래서 마트마다 온갖 상황에 맞는 카드를 판매하고 있어요.
이번에 받은 카드들 중에 아이가 직접 한글로 '안녕하세요' 'BTS' 라고 또박또박 예쁘게 적어준 친구가 있었어요. 이 친구는 누나가 BTS 팬, Army인 친구인데 BTS 멤버 이름을 노래로 만들어서 부르고, 한국어로 숫자 말하기 연습하는 친구예요. 누나가 한국어 독학하고, 그 누나한테 한국어를 배워와서 우리 어린이딸에게 자랑한데요.
문화의 힘이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길 다니다보면 아직도 어른들은 "Are you Chinese?"물어보는데 한국문화를 많이 접하는 아이들은 도리어 저희집보다 더 최신유행을 알고있어요. 이번에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것도 넘나 대단하죠.한국안에서 보면 정치싸움에 각종 사회문제가 많다 여겨지지만, 모두들 한국은 최고의 나라라는 자부심은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진짜 최고라고요!
대한민국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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