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문 밑으로 종이 한 장이 쓱 밀려 들어왔어요. 저희 아파트는 공지사항이 있으면 이런 식으로 레터를 보냅니다.
이번에는 주차장 청소에 관한 거네요. 지금 이 시즌에는 더러운 것을 정리하는게 아니라 눈을 청소하는거예요.
마니토바 위니펙은 춥기로 유명하죠. 여기 위니펙에 도착한 첫 해에는 진짜 어찌 할 바를 모르겠더라구요. 이리저리 서류 처리하고, 물건도 사러 다니고, 안그래도 밖으로 나다닐 일이 많은데 아이 스쿨버스 픽업까지. . . 내복에 털바지까지 껴입어도 찬바람에 허벅지가 따끔따끔 쓰라리면서 동상에 걸리더라구요. 차 타고 다닐 때는 괜찮은데 아이 스쿨버스 태우느라 기다리는 시간에는 말 그대로 얼어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래서 여기 분들은 스노우팬츠가 겨울 일상복이죠. 특히, 학교다니는 아이들이나 대중교통 이용하시는 분들은요. 주요 버스정류장에는 바람막이에 히트되는 의자가 있는 쉘터가 있는데 없는 곳도 많거든요. 없는 곳이 더 많은 것 같기도... 그래서 저희 어린이딸도 스노우팬츠는 필수로 준비해서 학교에 두고다녀요. 엄청엄청 춥지 않은 이상 학교 쉬는 시간에는 모든 학생이 운동장에 나가 놀거든요.
근데 겨울을 여러 해 거치다보니 점점 덜 춥게 느껴져요. 눈도 덜 오고.. 이게 지구온난화 때문인가 싶기도 하네요. 올해는 확실히 덜 추워요. 어떤 분들은 방심하지 말아라, 2월이 남았다고 주의주시기는해요. Haha.
주차장 눈 치우는 것도 작년 이맘때쯤이면 지금이 한 두번째 눈치우기 였을꺼예요. 올해는 처음으로 어제 중장비들이 와서 눈을 치우고 갔어요. 눈이 안온다해도 지금까지 쌓인 눈이 무릎을 넘었어요. 그 눈들이 주차장에서는 안 치워지고 차들에 꼭꼭 단단하게 밟히고, 얼었다녹았다가 반복되면서 바닥이 미끄러워지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눈치운다는 공고가 왔네요. 차 안다니는 쪽은 눈에 발이 푹푹 들어가서 차 올라타기도 힘들었었거든요. 여러모로 눈 때문에 힘들었는데 반가운 소식이네요.
공고를 보면 1월 21일 화요일 8:30AM-5:00PM까지 청소하니 그동안 차를 치우라고 되어있네요. 안치우면 견인할지도 몰라라고 되어있지만 어제 작업하는 걸 구경하니 견인은 안하고 그 주위는 청소안해주더라구요. 후에 나타난 차주인이 스스로 삽으로 제설작업...
작업은 중장비 두대가 한 팀이 되어서 제설했습니다. 큰 로우더는 앞뒤로 왔다갔다하며 큰 면적을 긁어내고 작은 스키드로우더는 코너와 엣지를 집중공략하면서 깔끔하게 정리하더라구요. 눈으로 뒤덮였던 주차장 바닥이 드디어 보이네요. 로우더로 박박 긁어낸 눈은 덤프트럭에 실어서 보내버립니다. 눈 양이 넘 많아서 여기 둘 데가 없어요. 보통 마트 주차장은 한쪽에 쌓아 두기도 해요.
깔끔한 주차장이 되었습니다. 날씨를 보니 며칠안에 눈 소식은 없어서 다행히 이 상태가 당분간 유지 되겠네요. 어휴, 내가 청소한 건 아니지만 속이 시원하네요.
그러나 아직 겨울이 몇달 더 남았다는..
우리집 겨울 바로미터는 저기 자전거예요. '자전거 안장까지 눈이 차올라야 봄이 오기 시작한다'는 말도 안되는 우리집만의 기준이 있는데 그 전에 언능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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